"학생 줄어도 교육투자는 약속"…교육감들, 교부금 축소론 정면 반박
윤소라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7-29 15:30:30
- 학생 수 감소와 별개인 교육 수요·지역 격차·시설 노후화 등 구조적 과제 부각
[세계뉴스 = 윤소라 기자]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움직임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감들은 교부금 축소가 교실 현장의 과밀·노후 시설, 교원 감축 등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교육재정 논의를 “국가가 미래 세대에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라는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회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는 29일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지방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최근 재정당국이 주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협의회는 이달 8일 국무조정실 주관 공개토론회 이후 “재정당국 입장 중심의 일방적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 10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논리와 사회적 공론화 방안을 마련한 뒤 이날 토론회를 추진했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서울 광진을)도 참석해 현장의 우려에 힘을 보탰다. 고 의원은 “아직도 쭈그려 앉는 화장실이 있다. 왜 학교만 재개발·재건축이 안 되는가”라며 “교육재정이 남아돈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청은 교육재정을 숫자로 증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며 “교육감은 교부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국민에게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본 토론은 나민주 충북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윤건영 충북교육감, 조용식 울산교육감, 권순기 경남교육감은 공동 발언에서 “교부금의 불안정성과 기금 소진, 필수경비 미편성 등으로 시·도교육청 재정 여건은 여전히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학생 수 감소가 곧바로 재정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교육재정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소규모 학교 유지, 농어촌·도시 취약지역 지원, 돌봄·특수교육·안전투자 등은 학생 수와 단순 비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 발표에 나선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고이즈미 내각이 추진한 행·재정 효율화와 지방분권 정책을 소개했다.
그는 “국가 재정 압박 속에 진행된 개편의 결과, 대도시 중심의 세원 편중과 지방교육재정의 급격한 악화, 교원 감축과 기간제 교원 급증, 소규모 지자체 강제 통합과 농어촌 학교 대규모 폐교 등이 뒤따랐다”며 “재정 효율화만을 앞세운 개편이 교육 불평등과 지역 소멸을 가속화한 부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구체적 재정 실태는 조재익 전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이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2021~2025년 서울시교육청 기금 현황, 같은 기간 학급 수 변동, 2014~2022년 소규모 학교 및 학교당 학생 수 추이, 자치구별 학령인구 현황, 2025년 1월 기준 안전등급 C 이하 학교 건물 현황 등을 공개했다.
조 전 실장은 이 자료를 근거로 “서울교육청 재정에 여유가 있다는 주장과,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부금을 자동 축소해야 한다는 논리는 사실과 다르다”며 “노후 시설 개선, 안전 투자, 교육격차 해소 등 필수 지출이 여전히 막대하다”고 반박했다.
교원단체는 교부금 축소가 곧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정책본부장은 “교부금이 줄면 과밀학급 해소가 지연되고, 교원 정원 감축과 순회교사 확대, 학교 기본운영비 부족 등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도 공교육 재정 축소가 사교육비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미애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운영위원장은 “2024년 학생 수는 8만 명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2조 원 늘었다”며 “교부금과 사교육비는 서로 별개의 재원이 아니라 같은 학생을 위해 쓰이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교육 재정이 줄면 그만큼 사교육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교부금 축소는 곧 가계 부담 전가”라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주재한 협의회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 논의의 방향을 재정 효율성 논쟁에서 국가 책임과 세대 간 약속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 문제는 단순히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부금 축소’의 관점이 아니라, 앞으로 국가가 교육을 어디까지 책임지고 미래 세대를 위해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며 “교육재정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감당하는 투자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방교육재정의 큰 틀을 바꾸는 문제를 교육 현장을 배제한 채 재정 논리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나온 교육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진단, 국민 의견이 하나로 모여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 기반을 지켜 내는 사회적 공감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의 교부금 개편 논의에 맞서 교육감·교원·학부모·전문가가 한목소리로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성과 교육 공공성 유지를 촉구하는 장이 됐다. 협의회는 향후 추가 토론회와 대국민 설명, 국회·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교부금 개편 논의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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