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정치인의 위기는 선거에서만 찾아오지 않는다. 때로는 법정에서, 때로는 당내 권력투쟁에서, 때로는 자신이 쌓아 올린 정치적 자산이 한순간에 흔들리는 순간 찾아온다.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이 바로 그런 갈림길에 서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직 1심이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고 법적으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 1심 유죄는 단순한 재판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유권자의 신뢰와 정치적 미래를 뒤흔드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의 무게는 액수 자체에 있지 않다. 정치자금법상 선출직 공직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고 직위를 상실한다. 오 시장이 받은 벌금 1,000만원은 그 기준의 열 배에 달한다.
더욱이 오 시장에게는 단순히 시장직 상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당선무효가 될 경우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도 반환해야 한다. 정치적 명예는 물론 재정적 부담까지 떠안게 되는 셈이다.
재판부는 오 시장 측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 씨가 대신 지급한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 가운데 약 2,100만원 상당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오 시장에게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서울시장 등을 역임하며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와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와 주장들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후보자 의뢰 여론조사의 공표를 실현하려는 목적도 결부돼 있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무죄를 확신한다"며 "명태균 씨의 일방적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증거들이 받아들여진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서 충분히 다투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직면한 위기는 사법 리스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보수 진영에서 보기 드문 수도권 경쟁력과 중도 확장성을 갖춘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2006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로 시장직을 던졌고, 이후 정치적 재기를 통해 다시 서울시장에 복귀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정치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정치인이 바로 오세훈의 정치 브랜드였다.
그런 오세훈이 지금은 대권을 향한 상승곡선이 아니라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 권력 재편 과정에서도 오 시장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당권과 대권 구도를 둘러싼 경쟁 속에서 당내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아니다. 오세훈 정치의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다.
향후 항소심에서는 특검 측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나머지 5건의 여론조사에 대한 입증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오 시장 측은 재판부가 인정한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사실관계를 뒤집을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는 결과의 세계다. 오 시장이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를 입증해낸다면 그는 또 한 번의 극적인 정치적 부활을 이뤄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1심 판단이 유지된다면 시장직 상실은 물론, 선거보전금 반환과 함께 대권 도전의 꿈도 사실상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 오세훈에게는 벌금 1,000만원은 단순한 형벌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 생존과 퇴장을 가를 수 있는 거대한 경고등이며, 대권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앞에 놓인 가장 험난한 시험대다.
오세훈은 다시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수차례의 위기를 돌파해 온 그의 정치 인생이 이번에는 멈춰 서게 될 것인가.
그 답은 이제 항소심 법정과 국민의 판단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