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인가 구청 관보인가…'유령 저널리즘' 논란, 지역언론의 생존 방식을 묻다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8-13 10:35:39

- 매체는 존재하지만 광고·구독 의존 심화로 감시·비판 기능은 약화…지역신문 구조적 위기
- 지원 방식·구독 구조·콘텐츠 생산 전 과정에 대한 투명성·공익 성과 평가 필요성 대두
▲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대전환 시대, 지속 가능한 지역 커뮤니케이션 방안' 세미나에서 지역신문의 권력 감시·검증·비판과 주민 소통 기능이 약화되는 이른바 '유령 저널리즘'의 구조적 위기와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AI 일러스트)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지역신문이 '신문'의 외형은 유지한 채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면과 이름은 남았지만 권력 감시·검증·비판·공론장이라는 저널리즘의 핵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 현상은 학계와 현장을 중심으로 '유령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구조적 위기로 지목된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대전환 시대, 지속 가능한 지역 커뮤니케이션 방안'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는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언론정보학회 지역미디어교육위원회와 조경태·문대림 국회의원실, 서울대 '포스트팬데믹 시기 디지털 소통과 지속가능성' SSK 연구단이 공동 주최한 이날 자리에서는 "지역신문은 여전히 지역을 말하는가"라는 질문이 정면으로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원숙경 동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강사는 '지역신문은 여전히 지역을 말하는가?'에서 지역신문의 위기가 단순히 종이신문 판매 감소나 디지털 전환 지연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신문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적 위기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동 강원도민일보 사진영상콘텐츠부 부장은 '지역신문의 현실, 하이퍼로컬과 인공지능'을 통해 기술 환경 변화 속에서 더욱 취약해지는 지역언론의 현실을 짚었고, 강주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디지털 소통과 지속 가능한 지역미디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제시했다.

학계 연구는 이미 지역신문의 구조적 취약성을 경고해 왔다. 한국언론학보에 실린 광주지역 일간신문 분석에 따르면, 지역신문 시장의 객관적 조건은 악화하는데도 신문사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그 결과 언론 본연의 기능과 뉴스의 질·다양성은 떨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확인됐다. 표면적인 매체 수 증가가 곧 언론 다양성이나 공론장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재정적 의존이다. 지역신문 상당수는 지자체와 산하기관의 광고·홍보비, 기관 구독에 생존을 의존하고 있다. 이 구조가 고착될수록 지방정부와 언론 사이의 긴장 관계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감시와 견제의 대상인 지방정부가 동시에 '주요 고객'이 되는 상황에서 비판적 보도를 지속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행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은 지역신문의 취재·보도의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정확·공정한 보도와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한 지역 공론장 형성을 지역신문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금과 구독, 광고가 편집·보도에 미치는 영향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지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지원 방식과 선정 기준, 그리고 그 지원이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설계됐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은 2026년에도 구독료 지원, 우선지원대상사 선정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보조금 관리지침과 구독료 지원사업을 별도로 고시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지원이 독립적 취재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행정기관 의존 구조를 공고히 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구독 구조 역시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확보되는 구독이 진정한 의미의 독자 확대인지, 행정기관 의존의 또 다른 형태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치구에서 여러 지역신문이 발행되는 경우를 예로 들면, 실제 유료 독자 수, 지자체 및 산하기관별 구독 부수와 연간 구독료, 구독 대상 선정 기준, 그리고 해당 매체들이 구독료를 받는 기관과 관련된 현안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보도하는지 등은 거의 공개·검증되지 않는다.

특정 신문에 대한 구독이 오랜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면, 그 구독이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지역사회 공론장 형성에 기여하는지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신문 지원제도를 연구해온 학계는 독자 중심의 지원, 우수한 지역밀착형 콘텐츠에 대한 인센티브, 정치적으로 독립된 지원체계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콘텐츠 생산 방식도 '유령 저널리즘' 논란의 핵심이다. 많은 지역신문 지면이 구청과 지자체가 배포하는 보도자료로 채워지고, 이를 거의 손대지 않은 채 기사화하는 관행이 굳어지면서 신문은 행정기관의 정책을 전달하는 홍보매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구청 행사, 정책 발표, 복지사업 등은 분명 보도의 대상이지만, 그 자체로 신문을 구독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지자체가 이미 홈페이지, 소식지, SNS 등으로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같은 내용을 단순히 옮겨 적는 신문은 존재 이유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신문이 살아남으려면 지자체가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산 구조를 분석하고, 사업 효과를 검증하며, 행정의 문제점을 추적하고, 주민들의 불편과 민원을 취재하고, 개발사업과 인허가 과정을 들여다보고, 공공기관의 책임을 묻는 일들이야말로 지역신문의 고유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행정기관의 '소식지'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감시자'이자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역언론 지원의 기준을 매체 존속 여부가 아니라 '저널리즘의 공익적 성과'에 맞춰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는 지자체 홍보비 의존과 권력 유착으로 인한 비판 기능 약화를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고, 공익적 저널리즘 활동을 정량·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공익 저널리즘 지수' 도입 등이 제안됐다. 지원은 하되, 그 대가로 공익성과 독립성을 요구하자는 취지다.

결국 지역신문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신문사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지역문제를 제대로 취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신문사 숫자가 늘어도 비슷한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매체만 많아진다면, 이는 언론 다양성 확대가 아니라 '복제된 홍보 채널'의 증가에 불과하다. 반대로 발행 부수가 많지 않더라도 행정과 정치권력을 꾸준히 견제하고, 주민 제보를 토대로 사실을 확인하며, 지역의 숨은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매체라면 지역사회에서 분명한 존재 이유를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투명성과 자기 점검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자체별 구독 부수와 구독료 공개, 광고·홍보비 집행 기준의 명문화 및 공개, 보도자료 전재 비율 점검, 자체 취재기사 비중 공개, 탐사·기획취재 실적 평가, 독자위원회 또는 시민평가제 도입 등이 그 예다.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그 재원이 실제로 공익적 저널리즘을 낳고 있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의 위기는 종이신문이라는 형식의 위기가 아니다. 지역사회의 권력을 감시하고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지역 저널리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다. 매체는 살아 있지만 저널리즘이 사라진다면, 지역신문은 결국 신문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소식지를 닮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지역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 지역신문은 누구의 돈으로 살아가는가"라는 재원 구조의 문제를 넘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취재하고 있는가"라는 존재 이유의 문제다. 지역언론이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못한다면, '유령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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