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민석의 말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나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11-04 18:47:56

- '3자 연합' 의혹엔 칼 뽑고, 사실 밝혀지자 '비공개 사과'
- '조희대 탄핵' 카드 번복… 리더의 언어가 가벼우면 당이 흔들린다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정치인의 언어는 신용이다. 특히 집권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단순한 정견 발표를 넘어 국가적 정책 선언이자 정국의 이정표로 직결된다. 당연히 권력의 정점에 선 리더일수록 발언의 무게를 무겁게 감당해야 마땅하다.

최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그가 과연 여당 대표로서 지녀야 할 책임의 중량감을 절감하고 있는지 깊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강경한 정치적 수사로 판을 띄우다가 막상 판세가 불리해지거나 근거가 수세에 몰리면 슬그머니 수위를 조절하고 비공개 사과로 때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3자 비밀연합' 띄우더니 "증거 없다" 울컥 사과

가장 대표적인 자가당착이 8·17 전당대회 당시 불을 지폈던 '신천지 개입설'이다. 김 대표는 당권 경쟁이 치열하던 당시 "이번 전대의 본질은 반명·분열주의·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라며 특정 정치 세력과 신천지의 유착 의혹을 확신에 차서 주장했다. 선거 국면에서 당원들의 정서적 반발심을 자극하며 표심을 모으는 데 이 '3자 연합론'은 결정적 동력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당 대표에 오른 지 세 달여 만인 지난 3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나온 그의 고백은 실소를 자아낸다. 김 대표는 "조사 결과 3자 비밀연합의 증거는 없었다"며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읍소했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당내 갈등을 극대화할 때는 대대적인 공개 언론 플레이를 펼치더니, 막상 사실무근으로 밝혀지자 캄캄이 비공개 의총 뒤로 숨어 '울컥 사과' 한마디로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 것이다. 의혹 제기로 명예에 침상을 입은 당사자나 헛된 의혹에 휘둘렸던 당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답은 철저히 생략됐다. 사과는 책임 규명의 시작점일 뿐, 결코 구면(免)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조희대 탄핵' 카드로 정국 흔들고 속도 조절

헌법재판소와 사법부 독립의 근간을 건드리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건 역시 다르지 않다. 김 대표는 국정감사 국면을 앞두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식의 군불을 지피며 강경 대치 전선을 구축했다. 헌법상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헌법기관 탄핵을 여당의 입법 압박용 구호나 정치적 공방 수단으로 거리낌 없이 소비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헌재의 인용 가능성이나 법적 구체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여풍 우려가 나오자, 당 지도부는 국정조사 등으로 슬그머니 카드를 바꾸며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유연성 아닌 유연성을 보였다. 벼랑 끝 대치 낭떠러지까지 여론을 몰고 갔다가 상황에 따라 말을 뒤집고 물러서는 '질러보고 아니면 말고' 식 전략은 국정 전반의 예측 가능성과 정치적 신뢰를 스스로 자갈밭에 매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적 자립은 '말의 무게'를 감당하는 데서 시작된다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자극적인 발언과 뒤늦은 번복, 과장된 의혹 제기와 비공개 사과가 톱니바퀴처럼 반복될수록 리더를 향한 민심과 당심의 신뢰는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용산의 신임이나 친명계의 맹목적 지지가 당 대표라는 명함과 자리는 만들어줄 수 있을지 몰라도, 한 번 실추된 언어의 엄중함과 정치적 신뢰까지 대신 챙겨줄 수는 없다.

여당 대표의 자리는 정적을 겨냥해 자극적인 구호를 던지는 전투 대장이 아니라,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담보하는 최종 책임자의 자리다. 의혹을 던졌다면 끝까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고, 잘못된 판단이었다면 찌질한 비공개 수습이 아닌 국민과 당원 앞에 정당하게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김민석 대표가 지금 당장 되돌아봐야 할 것은 더 화려해지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본인이 뱉어놓은 말들의 짓눌리는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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