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철책 너머 가을이 익는다…임진각서 만나는 '6년의 결실'
전승원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9-30 19:53:42
- 6년근 인삼부터 전국 요리경연·달빛극장·허준 약방 한방촌까지…문화·관광 플랫폼으로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철책과 평화를 상징하는 풍경 사이로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땅속에서 견뎌낸 인삼의 향이 번진다. 분단의 상징으로 기억돼 온 접경지역에서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나누는 축제가 다시 열린다.
파주시는 오는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임진각광장과 평화누리 일원에서 '제21회 파주개성인삼축제'를 개최한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함께 달리고, 함께 즐기고, 다시 뛰는 파주개성인삼축제'다.
파주의 대표 농산물인 장단삼백(쌀·콩·인삼)과 6년근 파주개성인삼을 중심으로 건강과 먹거리, 농업과 관광, 지역경제를 하나의 축제로 묶어냈다.
특히 올해 축제가 주목되는 이유는 인삼이라는 농특산물을 단순히 사고파는 장터에 머물지 않고 임진각이라는 공간의 역사성과 DMZ 평화관광을 결합한 체험형 축제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 6년을 기다린 인삼…'파주시가 관리한 인삼'으로 신뢰 높여
축제의 주인공은 단연 6년근 파주개성인삼이다. 축제에 출하되는 인삼은 6년근만 엄격하게 선별한다. 파주시는 인삼의 재배부터 수확·선별·봉인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해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파주개성인삼은 장단면과 감악산 일대를 중심으로 생산된다. 지역의 기후와 토양 조건은 인삼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왔으며, 파주개성인삼은 진한 향과 치밀한 조직을 가진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
6년이라는 시간은 농민에게 단순한 재배기간이 아니다. 한 해 농사가 끝나는 일반적인 농산물과 달리 인삼은 오랜 시간 땅속에서 자라야 한다. 농민이 기다린 6년의 시간이 수확을 통해 비로소 소비자와 만나는 것이다.
이번 축제는 바로 그 '시간의 가치'를 현장에서 보여주는 장이기도 하다.
■ 구경하는 축제에서 '맛보고 즐기는 축제'로
올해 축제는 볼거리와 먹거리, 체험거리를 대폭 확대했다. 대표 프로그램은 '장단삼백요리 전국 경연대회'다.
전국 25개 팀이 참가해 장단콩과 개성인삼, 한수위 파주쌀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장단삼백을 단순한 농특산물 전시가 아니라 실제 음식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파주 농산물의 활용 가치와 상품성을 알리는 자리다.
인삼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방문객들은 인삼비빔밥 만들기와 인삼건강마라톤 등에 참여할 수 있으며, 파주개성인삼전시관과 파주개성인삼개발요리 전시관에서는 인삼의 다양한 활용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거리와 무대에서는 문화예술 공연도 이어진다.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지역축제의 틀에서 벗어나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체류형 축제로 구성한 것이다.
■ 임진각의 낮과 밤…'달빛극장'으로 문화관광 확대
올해 축제에서 눈에 띄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야간 프로그램 '달빛극장'이다. 낮에는 장터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채워진 임진각이 밤에는 영화가 상영되는 문화공간으로 변한다.
가족 관람객을 중심으로 영화를 상영해 낮 시간대에 집중됐던 축제의 활동 영역을 야간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임진각이라는 장소가 더 이상 단순히 안보관광을 위한 방문지가 아니라 먹거리와 문화, 휴식과 체험이 결합된 관광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도이기도 하다.
■ 인삼을 사고, 약초를 보고…'허준 약방 한방촌' 첫선
새로운 전시 콘텐츠인 '허준 약방 한방촌'도 선보인다. 동의보감의 역사성과 인삼 문화를 결합한 체험형 전시공간으로, 초가집 두 동을 전통 약방과 인삼차 시음 공간으로 꾸몄다.
방문객들은 인삼차를 직접 맛볼 수 있으며 약초를 다듬는 작업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단순히 완성된 상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초가 손질되고 약재로 활용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전통적인 약초문화와 인삼의 가치를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만난다…지역경제도 축제의 핵심
축제의 또 다른 축은 직거래다. 6년근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와 함께 파주 농특산물과 가공품, 향토음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파주개성인삼 및 가공품 직거래 판매장과 파주 농특산물 판매점도 운영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장이 마련된다.
파주시는 매년 축제 기간 약 10톤의 인삼과 청정 농특산물을 시중보다 15~20% 낮은 가격에 직거래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농민에게는 판로 확대의 기회가 되고 소비자에게는 품질 좋은 지역 농산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다.
'인삼 명인을 찾아라' 프로그램도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등급별 우수 인삼을 선정하고 현장 경매까지 진행해 단순 판매장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현장성을 강화한다.
■ 누구나 편하게 즐기는 축제…투어링카도 운영
축제장 접근성도 높인다. 파주시는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과 어르신 등 이동에 불편을 느낄 수 있는 방문객을 위해 행사장 주요 지점을 순환하는 '투어링카'를 운영한다. 저속 운행 등 안전요소를 반영해 축제장 곳곳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축제가 특정 연령층이나 인삼 구매객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가족 단위 관광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편의시설을 강화한 것이다.
■ '경계의 공간'에서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파주개성인삼축제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지역 농산물 하나를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임진각은 오랫동안 분단과 대립, 안보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축제 기간만큼은 그 공간에 농민과 가족, 관광객과 소비자가 모인다. 인삼을 사고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보고 영화를 관람한다.
철책과 군사적 긴장으로 대표되던 공간에 사람과 농업, 문화와 관광이라는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파주시는 이를 바탕으로 장단삼백을 임진각의 안보·평화 관광자원과 연결해 농업과 관광이 결합된 복합축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농업행사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 농산물과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지역문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송호철 파주시 도시농업과장은 "파주개성인삼축제는 단순히 인삼을 파는 자리가 아니라 농민들이 6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키워낸 결실을 시민과 나누는 자리"라며 "올해는 체험 프로그램을 늘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며 파주 농산물의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년을 기다린 인삼이 수확의 계절을 맞았다. 그리고 그 인삼이 향하는 곳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다. 분단의 공간 임진각에서 농업과 사람, 관광과 지역경제가 만나 새로운 파주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리다.
10월의 가을볕 아래, 임진각의 풍경도 잠시 달라진다. 철책 너머 긴장의 공간은 6년의 땀과 결실을 함께 나누는 축제의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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