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개인정보 유출·디지털 규제 놓고 한미 간 입장 조율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석유·가스 비축 물량이 충분해 단기적인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다만 여야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서둘러 마련하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국회 한미의원연맹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영배 의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관세 관련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정부로부터 현재 석유·가스 비축량은 충분해 당분간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비축 규모는 석유의 경우 민·관을 합쳐 약 1억9천만 배럴, 가스는 약 9일분 수준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해 여야 의원들과 중동 정세, 한미 관세 협상, 통상·안보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을 작성 중”이라며 “나프타, 플랜트 등 향후 수출·수입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주요 품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 사태로 주식시장이 널뛰고 유가가 춤추는 상황에서 정부가 조속히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발표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과 연계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문제도 논의됐다. 김 의원은 “여야가 합심해 오는 9일까지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해당 특별법을 심사 중인 국회 대미투자특위의 활동 기한 역시 9일 종료될 예정이어서 시한 내 처리 필요성이 강조됐다.
한미의원연맹은 오는 23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 민감 현안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최근 쿠팡은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로비를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트럼프 측근으로 알려진 랍 포터 쿠팡Inc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책임자, 쿠팡 관련 문제 제기를 했던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 미 에너지위원회·하원 외교위원회·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두루 만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또 “앤디 김 상원의원, 데이브 민·영 김 하원의원 등 친한파·한국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관련 사안을 조율할 미국 의회의 대표 교섭창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한국 내 개인정보 유출 건수를 3천건으로 공시한 반면, 한국 정부 조사에서는 3천만건 이상으로 나타난 점이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한국 국민 4분의 3의 민감 개인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 한국인이 느끼는 감정을 미국이 이해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외국인이 민감 정보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도록 규율하는 법제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법안을 이미 제출했다”고 전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쿠팡 관련 내용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문서로 전달했고, 외교부 등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미측에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USTR의 쿠팡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여부가 오는 8일 결정될 예정이며, 한국 정부도 이에 총력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플랫폼법 등 이른바 ‘디지털 규제’ 입법을 둘러싼 한미 간 인식 차도 논의됐다. 김 의원은 “국내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중소상공인 보호, 납품단가 후려치기,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규율하려는 법인데, 미국 측에서는 일부 로비의 영향으로 이를 디지털 규제로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 부분을 미 의원들에게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한국의 디지털 관련 법에 대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어떤 조항이 쟁점이 될지 면밀히 논의하겠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 무역법 122조·301조 조사 대상이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하며, 대미투자특별법이 적기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비관세 이슈 가운데 국내 디지털 관련 법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개정과 관련해서도 미국산 자동차 안전 기준에 대한 미국 측 요구가 있어 국내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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