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 타당성 검증·사후관리 부실로 예산 비효율·반복 심사 양산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서울시가 추진하는 각종 공공사업에 대한 지방재정 투자심사에서 재검토와 조건부 추진 판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같은 사업이 반복적으로 재검토되는 등 사전검증과 예산관리 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업비를 줄여도, 늘려도 근본적인 기획 미비로 재검토 판정을 피하지 못하는 '도돌이표 심사'가 시민 세금의 비효율적 집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이효진 의원(국민의힘, 서초4)은 3일 열린 제340회 정례회 기획경제위원회 기획조정실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투자심사는 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중요한 절차"라며 "서울시는 사업 기획 단계부터 사전검증을 강화하고, 심사 결과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반복 심사와 추가 예산 낭비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지방재정 투자심사 대상 113건 가운데 재검토 판정을 받은 사업은 34건(30.1%), 조건부 추진은 64건(56.6%)으로 집계됐다. 적정 판정을 받은 사업은 15건(13.3%)에 그쳐, 10건 중 8건 이상이 '재검토' 또는 '조건부'로 사실상 보완을 요구받은 셈이다.
재검토 사유는 이용수요 부족, 사업 필요성 검토 미흡, 운영계획 부실 등 사업 기획 단계에서 당연히 점검했어야 할 기본 요소들이었다. 이 의원은 "기본적인 기획·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에 올라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동일 사업이 재상정 이후에도 재검토 판정을 반복해서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두 차례 심사를 받은 동일 사업 7개 가운데 4개는 두 번 모두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심사 의견을 반영한 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사실상 '내용은 그대로, 서류만 다시 올리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랩 에스컬레이터 설치사업이다. 이 사업은 당초 사업비 81억4천만 원으로 투자심사를 받았다가, 이후 66억6천만 원으로 14억8천만 원을 줄여 재상정했지만 또다시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심사 의견에는 '종전 의견 일부 미이행'이 명시돼, 기존 지적사항조차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채 재심사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AI디자인페스티벌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업비를 2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68%나 축소해 재상정했지만, 사업 목적과 정체성,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재검토 판정을 다시 받았다. 반대로 너른뜰마을·살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사업비를 증액하고도 운영계획 미비로 재검토 판정이 반복됐다. 이 의원은 "사업비를 줄여도 재검토, 늘려도 재검토가 반복되고 있다"며 "핵심은 금액 조정이 아니라 사업의 필요성과 운영계획 등 근본적인 기획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업비 관리의 허점도 드러났다. 최초 투자심사 당시보다 총사업비가 20% 이상 증가한 4개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가 약 343억 원에서 437억 원으로 93억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초기 심사 단계에서 사업 규모와 비용을 과소 산정하거나, 이후 설계 변경·추가 요구가 반복되면서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편의시설 설치사업에서는 수요 분석과 필요성 검토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왕십리역 9번 출입구 엘리베이터 설치사업(86억 원), 돌곶이역 5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설치사업(79억 원)은 이용수요와 설치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교통약자 편의 증진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수요 예측과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사전 용역비 집행의 실효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삼양동 공영주차장 건설사업은 타당성 조사에만 3천800만 원을 집행하고도 두 차례 연속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립대 첨단연구동 건립사업 역시 약 3억600만 원의 사전 용역비를 들였지만, 투자심사에서 재검토 판정을 받은 뒤 후속 절차가 보류된 상태다. 이 의원은 "사전 용역비를 들이고도 기본적인 사업 타당성 문제로 재검토가 반복되는 것은 용역 자체의 품질과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질타가 이어지자 이동률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직무대행은 "반복 재검토와 사전검증 문제 등 지적된 사항을 면밀히 살펴보고,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보다 충실히 검토할 수 있도록 투자심사 제도를 내실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투자심사 제도의 취지는 '사전 타당성 검증을 통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는 것'인데, 지금처럼 같은 사업이 재검토를 반복하는 구조는 행정력과 예산 모두를 낭비하는 결과"라며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요·효과·운영계획을 철저히 검증하고, 심사 이후 지적사항 이행 여부를 엄격히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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