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는 '비난의 장' 아닌 '국익 설계의 공간'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논쟁이 감정적 충돌로 흐르고 있다. 국회 일부에서 안보와 경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 차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자식부터 보내라”는 식의 감정적 비난이 이어진다. 그러나 국회는 분노를 표출하는 공간이 아니다. 국가의 생존 전략을 설계하는 곳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은 분명하다. ‘백의민족’이라는 상징적 울타리는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다. 코앞에는 철책선이 있고, 그 너머에는 ‘주적’으로 명문화된 북한이 존재한다. 또 적화통일이라는 전략 목표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북한은 이미 핵 능력을 현실화했고, 그 중심에는 김정은 체제가 있다.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전략 환경을 바꾸는 만큼, 우리는 상시적인 안보 위협 속에 놓여 있다. 국제사회 또한 안정적이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산유국 갈등 등은 힘의 논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먼 나라의 분쟁 지역’이 아니다. 대한민국 에너지 수송로의 핵심이며, 우리 선박과 국민의 안전이 직결된 전략적 요충지다. 파병 논의는 ‘참전이냐 아니냐’의 단순 구도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 기반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더 나아가 이번 사안은 외교·안보적 기회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군사·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전략 자산 운용이나 핵 억제력 강화와 관련한 실질적 진전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철저한 조건과 국익 중심의 협상력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균형이 언제나 현실적인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던 ‘실용적 외교’ 역시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안보 불확실성 국면에서는 우선순위가 분명해야 한다. 생존의 문제 앞에서 모호한 균형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군은 우리 모두의 자식이 맞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평시의 훈련은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며, 국제 안보에 기여하는 것 또한 군의 본질적 역할이다. 이를 감정적으로만 접근한다면, 결국 국가 전체의 대응 능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다. 호르무즈 파병이 가져올 이익과 위험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국회는 비난을 증폭시키는 공간이 아니라, 이러한 판단을 치밀하게 설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대양으로 나아가야 하고, 세계로 확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안보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 역시 그 연장선에서,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반도에 머무는 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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