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호황기 경험 반성 속 노르웨이식 국부펀드·기본소득 모델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초과 이윤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국민배당금제’ 도입을 공개 제안했다. 특정 기업의 성과로만 보기 어려운 구조적 호황의 과실을 제도적으로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실장은 12일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AI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차원의 투자와 산업 생태계 조성이 누적된 결과인 만큼, 세수 증가분을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 실장은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에 발생한 초과 세수 운용을 반면교사로 들었다. 그는 “당시 초과 세수는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 소진이 됐는데, 이번 사이클의 규모는 그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클 수 있다”며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천재일우의 역사적 기회를 허비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적인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지에 대한 여러 참고 모델이 있다”며 노르웨이 사례를 언급했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바 있다”며, 한국도 AI 인프라와 반도체 등에서 나오는 초과 세수를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설계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활용 방향은 사회적 논의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활용처를) 청년 창업 자산으로 갈 것인지,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할 것인지, 예술인 지원으로 할 것인지, 노령연금 강화로 할 것인지, AI 시대 전환 교육 비용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한 청년·농어촌·예술·노후·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장기 재정 프로그램을 놓고 폭넓은 공론화를 하자는 제안이다.
다만 전제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초과 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얘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아무 원칙도 없이 그 초과 이익의 과실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더 무책임할 수 있다”고 했다. 초과 세수 발생 여부와 규모는 불확실하지만, 원칙 없는 집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리 제도 설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실장은 한국이 AI 시대 분배 모델을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은 AI 시대의 초과 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먼저 고민하고 토론하며 만들어내는 모델이 나중에는 하나의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AI 인프라와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구조적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제 제안이 향후 국부펀드 확대, 기본소득·배당금 성격의 재정정책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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