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러 개발 경쟁 속 한국도 차세대 대드론 전력 확보 나서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최근 전쟁 양상이 급변하면서 드론은 정찰 수단을 넘어 공격 무기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수십~수백 대의 무인기가 동시에 목표물을 향해 날아드는 '군집드론(Drone Swarm)'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기존 방공체계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총알이나 미사일 없이 전자기파만으로 드론을 무력화하는 HPM(고출력 마이크로파·High Power Microwave) 무기가 차세대 방공망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HPM 무기는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사해 드론 내부의 비행제어 컴퓨터와 통신장비, 전자회로를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목표물을 폭발이나 충격으로 파괴하는 기존 무기와 달리 전자장비 자체를 무력화하는 '소프트 킬(Soft Kill)' 개념의 무기체계다.
군사 전문가들은 HPM 기술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수 표적 동시 대응 능력을 꼽는다. 미사일이나 기관포는 원칙적으로 한 발에 하나의 목표물을 상대하지만, HPM은 일정 범위 안에 있는 여러 대의 드론을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에서 저가 드론을 대량 투입하는 전술이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HPM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크다.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요격미사일로 수십만 원짜리 드론을 격추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HPM은 전력만 공급되면 반복 사용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운용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군사 강국들은 HPM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군집드론 대응을 위한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체계를 실전 배치 단계까지 발전시키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역시 전자전 기술과 연계한 대드론 체계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 사례와 드론을 활용한 비대칭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 대공화기와 전파교란 장비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군 당국과 방산업계는 레이저 무기와 함께 HPM 기반 대드론 체계를 미래 핵심 전력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강력한 전자기파를 생성하기 위한 전력 공급 장치의 소형화와 안정성 확보가 대표적이다. 또한 아군의 통신장비와 전자장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필수적이다. 전자파의 유효 사거리와 기상 환경에 따른 성능 변화 역시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그럼에도 군사 전문가들은 드론 전쟁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HPM 무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래 전장에서는 미사일과 레이저, 전파교란 장비, HPM 무기가 통합된 다층 방공체계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한 방의 전자기파로 수십 대의 드론을 동시에 무력화하는 HPM 기술. 총알 없는 방공망이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실의 무기체계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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