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7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전격 가동…휘발유 1,724원 상한

정서영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3-13 09:56:10

- 보통휘발유·경유·등유 공급가격 상한 설정으로 국내 유가 급등세 차단
- 매점매석 금지·정유사 손실 사후정산 병행하는 한시적 시장 안정 대책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 중인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다.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 중인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13일 0시부터 전격 시행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보통휘발유·경유·등유 3개 품목에 대해 1차 최고가격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리터(L)당 상한은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다.

이는 정유사들이 지난 11일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보다 각각 휘발유 109원(1,833원→1,724원), 경유 218원(1,931원→1,713원), 등유 408원(1,728원→1,320원)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내 가격의 ‘널뛰기’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최고가격 산정 방식은 세 단계다. 우선 전쟁으로 국내 유가가 본격 상승하기 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삼았다. 평시 가격을 토대로 안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아시아 시장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의 최근 2주간 등락률 평균을 반영해 변동률을 계산한 뒤, 교통·에너지·환경세와 부가가치세 등 제세금을 더해 최종 상한선을 정했다.

최고가격은 국제 유가 흐름을 반영해 2주 단위로 재산정·조정된다. 적용 대상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보통휘발유, 경유, 등유로 한정했고, 소비층이 제한적인 고급휘발유는 제외했다. 해상 운송비 부담이 큰 도서 등 특수 지역은 물류 여건을 감안해 5% 이내 범위에서 별도 최고가격을 설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정부는 전국 주유소의 경영 전략과 운영 방식이 제각각인 현실을 감안해, 소비자가 직접 마주하는 판매가격 대신 정유사 공급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신 전국 약 1만300여 개 주유소에 대한 가격 감시는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수집되는 주유소 판매가격을 실시간 분석하며 가격 교란 행위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최고가격 지정으로 시중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매점매석 금지 조치도 병행된다. 재정경제부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두 달간 ‘석유제품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하고, 필요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품목은 휘발유·경유·등유이며, 석유정제업자와 석유판매업자가 적용 대상이다.

고시에 따르면 석유정제업자는 휘발유·경유·등유 월간 반출량을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석유판매업자에게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다 공급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국제 유가 추가 상승을 예상해 출하를 미루는 방식으로 물량을 묶어두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자는 폭리를 목적으로 석유류를 과다하게 구입·보유할 수 없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 판매를 기피하는 것도 금지된다. 산업통상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위반 시 물가안정법에 따른 시정명령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는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제 유가 추이와 시장 상황을 보며 추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단기 대책으로 최고가격을 기한을 정해 운영하고, 이후 가격 변동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면 유류세 인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등 직접 지원 방안도 함께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통제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사후 정산’ 장치도 마련된다. 정부는 회계·법률·학계 등 석유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꾸려, 최고가격 적용으로 정유사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분기별로 보전해줄 계획이다. 각 정유사가 산정한 손실액을 회계법인이 검증하고, 정산위원회가 최종 확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구간에는 최고가격 덕분에 정유사가 오히려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수익과 손실을 모두 반영해 정밀하게 사후 정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최고가격 지정이 “인위적인 통제라기보다 시장 안정화에 목적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완화되고 유가 변동성이 줄어들 경우, 최고가격제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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