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레오 14세 교황에 "한반도 평화 역할" 요청
정서영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6-15 18:19:52
- 교황청 "방북은 북한 초청·여건 조성 전제…인내와 희망 필요" 공감대
[세계뉴스 = 정서영 기자] 바티칸을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교황청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단독 면담하고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교황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내년 8월 초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에 레오 교황이 직접 방한해 줄 것을 공식 제안했으며, 이 과정에서 교황의 방북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과 레오 교황의 면담은 바티칸시국 교황청에서 배석자 없이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한반도 평화 구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평화 정착을 위한 교황청의 변함없는 지지와 관심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레오 교황에게 ‘하느님의 품’ 조각상과 백자 다용도 합(盒)을 선물하며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레오 교황과의 면담에서는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양측의 긴밀한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아시아 국가로는 두 번째 개최이며, 가톨릭이 다수 종교가 아닌 국가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전 세계 청년들이 평화와 연대를 체험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레오 교황의 방한을 공식 요청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이 청년대회에 참석해 한반도 화해 및 평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이 성사될 경우,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10년 만의 방한이 된다.
이날 면담에서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한 대화 재개와 화해 차원에서 (방북 가능성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레오 교황 면담 직후 진행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면담에서도 교황 방북 문제가 다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남북 관계가 현재 단절돼 있지만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 대화 재개의 필요성과 의지를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다만 내년 중 교황 방북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 방북 가능성에 대해 “복잡한 문제”라며 “방북을 논의하고 거론해볼 수는 있지만 북한이 초청하든지 해야 성사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강력하게 거부하는 입장이라 논의에 약간의 제약이 있다”고 덧붙였다. 적대적 남북 관계를 고착화하려는 북한의 대남 전략을 감안할 때, 교황 방북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전날 바티칸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교황의 방북은)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해, 최종 성사 여부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음을 재확인했다. 교황은 기본적으로 방북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교황청 안팎에서는 해석되고 있으나, 북한의 공식 초청과 안전·의전 문제 등이 풀려야 현실화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이탈리아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 기념 연설에서도 남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한반도 평화를 세계 평화의 선순환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하며, 교황청과 국제사회가 이 과정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번 바티칸 방문을 통해 이 대통령은 교황청과의 신뢰 채널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국제적 지지 기반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교황 방한, 나아가 방북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외교적 카드도 확보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에비앙으로 이동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외교·안보 현안의 관심이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로 옮겨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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