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KDDX 승부, '1.2점 보안감점'이 갈라놓나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6-10 11:25:40

- 7조원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자 선정 앞둔 방위사업청 평가 착수
- 기밀유출 전력 HD현대중공업 보안감점 1.2점, 수주전 최대 변수 부상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총 7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자를 이달 안에 선정한다.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선도함 사업자의 윤곽이 이달 안에 드러날 전망이다. 총 7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맞붙은 가운데, 군사기밀 유출 전력으로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되는 ‘보안감점 1.2점’이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10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최근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 평가에 본격 착수했다. 평가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방사청은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 뒤 다음 달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KDDX 사업은 6천톤급 이지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7조439억원에 이른다. 이번에 진행되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규모는 8천820억원 수준이지만, 선도함을 따낸 업체가 후속함 5척 건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커 사실상 7조원대 전체 사업의 ‘키’를 쥐는 승부처로 평가된다.

이번 수주전은 개념설계를 수행한 한화오션과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의 정면 대결 구도다. 과거 함정 사업에서는 기본설계 업체가 자연스럽게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수의계약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번에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됐다.

판세를 가를 최대 변수는 HD현대중공업에 부과되는 보안감점 1.2점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과거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한 KDDX 개념설계 자료 등 군사기밀을 촬영·유출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여파로 방사청은 마지막 형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HD현대중공업은 감점 연장 조치에 반발해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5일 이를 기각했다. 회사 측은 “항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항고 시점이 평가 결과 발표 시기와 맞물릴 경우 향후 대응 방향과 법적 공방이 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산 사업 입찰에서는 1점 안팎의 점수 차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력, 가격 경쟁력, 사업 관리 역량 등을 종합 평가하는 구조상 업체 간 총점 격차가 크지 않아 소수점 단위가 당락을 좌우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런 특성상 1.2점의 보안감점은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감점 부담이 없는 한화오션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한화오션은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원 설계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술적 우위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만큼 설계 연속성과 체계 통합 능력, 대형 함정 건조 경험, 사업 관리 역량 등을 강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기본설계에서 상세설계·건조까지 이어지는 ‘기술 연속성’이 사업 안정성과 성능 확보에 중요하다는 논리를 적극 피력하는 분위기다.

관심은 결국 양사 간 최종 점수 차에 쏠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우선 최종 점수 격차가 1.2점을 크게 웃돌 경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사업 관리 능력 등 본질적인 평가 요소에서 우위를 점한 결과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반대로 점수 차가 1.2점 안팎에 그칠 경우, 보안감점이 사실상 승패를 갈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최종 결과를 둘러싼 후폭풍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할 경우 군사기밀 유출 전력이 있는 업체가 다시 사업을 이어가게 됐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도덕성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 반대로 한화오션이 선정되면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를 서로 다른 업체가 맡게 되면서 기술 연속성과 사업 안정성, 일정 리스크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DDX 사업자 선정 결과는 우리 해군의 차세대 주력 전력 구성을 좌우할 뿐 아니라, 국내 조선·방산업계의 향후 수십 년간 함정 수주 구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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