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검찰청 역사 막 내렸다"…수사·기소 분리, '보완수사 2라운드' 격돌 예고

차성민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3-23 09:21:33

- 검찰청 폐지·공소청·중수청 설치로 수사·기소 분리 완성된 검찰개혁 구도
- 공소청 검사 보완수사권·검사 강제 전직 논란 등 후속 형사소송법 개정 쟁점
검찰 공기호.

[세계뉴스 = 차성민 기자]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8년간 유지돼 온 검찰청 체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의 큰 틀이 확정됐다.

지난 20일 공소청법, 21일 중수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잇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두 법안은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입법예고를 거쳐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여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핵심 조항 상당수가 삭제되거나 수정됐다.

공소청법은 새 조직의 명칭을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확정했다. 정부안이 제시했던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이라는 체계는 “법원과 동급이라는 검찰의 특권의식이 담겼다”는 여당 내 비판에 따라 전면 수정됐다. 검찰의 기존 위상을 연상시키는 ‘대·고등’ 체계를 배제하고, 단계적 위계만 남긴 셈이다.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 규정도 크게 바뀌었다. 정부안에는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는 문구가 담겨 사실상 검찰의 상명하복 구조,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을 반영했다. 그러나 최종 통과된 법에는 이를 삭제하고 ‘법률에 따라 지휘·감독을 받는다’는 추상적 표현만 남겼다. 개별 검사에 대한 조직 내부 지휘보다는 법률에 근거한 통제를 강조한 것이다.

검사의 직무 범위도 축소됐다. 정부안에는 ‘검사의 영장 청구·집행 지휘’가 명시돼 있었으나, 최종안에서는 ‘영장청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으로 표현이 완화됐다.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영장 집행을 직접 지휘하는 기존 구조를 법률상에서 지워, 영장 관련 역할을 최소한으로 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수사 지휘·감독권은 아예 삭제됐다. 당초 정부안은 특사경 수사에 대한 검사의 통제권을 인정했지만, 여당 내에서는 “검사에게 수사 우회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로 인해 특사경을 통한 ‘우회 수사’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이뤄졌다.

중수청법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더욱 강하게 반영했다. 정부안에 담겨 있던 ‘검사와의 관계’ 조항이 통째로 삭제되면서 검사와 중수청 수사관 간 상호 협력·견제 장치는 모두 사라졌다. 이에 따라 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할 때 검찰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 별건 수사 필요 시 검사의 입건 요청권 등도 함께 없어졌다.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수사관이 의견을 교환하거나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삭제돼, 검사가 중수청 수사에 관여할 여지는 사실상 원천 봉쇄됐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는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에 더해 ‘법왜곡죄’ 등이 추가됐다. 공소청·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뿐 아니라 법원 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도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정부안에 없던 법왜곡죄와 법원 공무원 관련 범죄가 새로 들어가면서, 사법부까지 중수청 수사망에 편입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안 통과 직후부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중수청 수사대상에 법왜곡죄가 포함된 점을 문제 삼았다. 법원행정처는 “법왜곡죄는 법관의 직무상 범죄에 해당해 공수처 수사 범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수 수사기관이 같은 혐의로 중첩적 수사를 개시하면 법관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와 중수청이 동시에 법관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할 경우, 재판 독립과 사법행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검사의 중수청 임용을 둘러싼 부칙 조항도 논란이다. 해당 조항은 “검찰청 검사는 본인 의사를 존중해 대통령령에 따라 유사한 직무 내용의 상당 직급으로 중수청 등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본인 의사 존중’이라는 표현도 각자 해석이 달라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 조직 해체 과정에서 검사들을 중수청 등으로 ‘강제 전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입법으로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구조적 개편은 일단락됐지만, 검찰개혁 논의는 끝나지 않았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둘러싼 형사소송법 개정이 다음 과제로 남아 있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기소 이후 또는 수사 미진 사건에 대해 검사가 경찰·중수청 등에 추가 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일부 수사를 보완할 수 있는 권한으로, 사실상 검찰의 수사 관여 통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예외적 보완수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여당 강경파는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2라운드 격돌이 예고된다. 공소청 설치와 함께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없앤 이상, 보완수사권까지 인정하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훼손된다는 것이 강경파의 논리다. 반면 정부와 일부 법조계에서는 중대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최소한의 보완수사 통로는 남겨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당정은 6월 지방선거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중수청·공소청 설치법 통과로 제도적 틀은 갖춰졌지만,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따라 검찰의 역할과 권한은 다시 한 번 큰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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