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평균 2㎞ 북상…여의도 150배 제한보호구역 푼다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6-17 14:22:51
- 군사장애물 철거·출입 앱 도입 등 민군 상생형 접경지역 개발 여건 조성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국방부가 접경지역 규제 완화를 위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평균 2㎞가량 북쪽으로 올리고, 여의도 150배 규모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하는 대대적인 규제개선에 나선다. 국정과제인 ‘민군상생을 위한 국방 분야 규제 완화’의 핵심 조치로, 그동안 군사적 이유로 묶여 있던 접경지역 개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국방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군사시설 규제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과거의 군사시설 규제는 당시의 환경에는 적합했으나, 오늘날의 현실은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며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응하고 군이 본연의 전투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선 군사시설 규제개선이 필연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내년부터 접경지역 전반을 대상으로 민통선 조정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민통선은 군사분계선(MDL) 인접 지역에서 군사작전상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정된 선으로, 법적으로는 MDL 이남 10㎞ 이내에서 지정된다. 현재는 지형 여건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커 평균 MDL 이남 8㎞에 형성돼 있다. 서부전선 강화·김포 일대에는 MDL에서 남쪽으로 1㎞ 떨어진 곳까지 민통선이 올라가 있는 반면, 양구·고성 등 동부 산악전선은 MDL 이남 10㎞까지 내려가 있는 곳도 있다.
국방부는 지형과 작전계획을 종합 검토한 결과, 민통선을 MDL로부터 평균 6㎞ 선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여의도 면적의 90배(약 270㎢)에 이르는 ‘통제보호구역’이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동부전선 일부처럼 MDL 이남 10㎞ 유지가 필요한 구간은 그대로 두는 등 일괄적인 2㎞ 북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통선 조정에 따라 민통초소 이전과 경계 펜스·CCTV 보강 등 보완 조치가 병행되며, 관련 비용은 국방예산으로 충당된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조정을 추진하되, 군 작전 능력에 지장이 없도록 부대별 세부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민통선 조정과 함께 제한보호구역 축소도 본격화된다. 제한보호구역은 MDL 이남 25㎞ 범위 내에서 민통선 이남 지역 가운데 지정되며, 현재 접경지역 국토 약 2천900㎢가 해당된다. 이 지역에서는 건축물 신축 시 군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각종 개발 제한이 따른다.
국방부는 군사작전상 중요성이 낮은 지역까지 일괄 지정돼 있는 현행 체계를 손질하기로 했다. 군사기지·시설별로 필요한 보호 거리와 실제 작전 요소를 재검토해 보호구역 범위를 ‘맞춤형’으로 재설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여의도 150배(약 450㎢) 규모의 제한보호구역을 해제하는 것이 목표다.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부대별 작전성 검토와 지형 측량을 진행해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순차적으로 제한보호구역을 해제할 계획이다. 민통선 조정과 제한보호구역 기준 재설정을 합치면 해제·완화되는 보호구역 면적은 여의도 240배에 달한다. 이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전체 국토(7천900㎢)의 9.1% 수준이다. 다만 국방부는 “지도상 추산치로, 실제 지형 측량과 작전부대 검토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불편을 호소해온 군사장애물도 정비된다. 국방부는 내년에 지방정부가 철거를 요청한 군사장애물 가운데 군사적 효용성이 떨어진 용치(대전차장애물), 도로 낙석 등 군자장애물 23개를 우선 철거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수조사를 통해 연차별 개선계획을 마련한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당 도시에 단일 도로만 있어서 대전차장애물이 유효했지만, 도시 개발로 우회도로가 생기면서 작전적 효용이 사라진 군사장애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접경지역 곳곳에서 차량 정체를 유발하고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민통선 출입 절차도 간소화된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간편 인증을 활용한 민통선 출입관리체계를 구축해, 출입 대기와 행정 지연 문제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접경지역 농업용 드론 비행 승인·인가 절차를 대폭 단순화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매년 두 차례 정기적으로 군 유휴지 정보를 제공해 지역 개발과 활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안보태세를 유지하면서도 접경지역 주민의 재산권과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민군 상생형 지역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장관은 “변화된 안보환경에 부합하는 합리적 규제체계를 구축해 군은 전투임무에 집중하고, 접경지역은 보다 활력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세계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