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국가 지도자의 한마디는 단순한 발언이 아니다.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국가기관의 신뢰를 좌우하며, 국민을 통합하거나 분열시키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대통령의 말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과 관련해 육군사관학교를 언급하며 과거 군사 쿠데타 사례를 거론한 것은 정책의 본질을 흐리는 결과를 낳았다.
애초 국방부가 설명한 통합의 취지는 비교적 명확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장교 수급 문제와 미래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고 장교 양성체계를 효율적으로 개편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찬반을 떠나 충분히 정책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 이후 논쟁은 순식간에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장교 양성체계 개편은 사라지고 '육사 개혁', '육사 해체', '육사 지우기'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책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았다.
지도자의 언어는 정책보다 먼저 국민에게 전달된다. 아무리 의도가 선하더라도 표현이 적절하지 않으면 정책은 왜곡되고 본래의 목적은 퇴색한다. 결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방개혁의 명분보다 정치적 논쟁을 더 크게 만든 셈이다.
특히 군 조직은 역사적 상처와 자부심이 공존하는 조직이다. 특정 집단을 겨냥하는 듯한 표현은 개혁에 대한 공감보다 방어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개혁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감과 설득을 통해 완성된다.
대통령의 언어는 더욱 무거워야 한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말 한마디가 수십 년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지도자의 말은 기록으로 남고, 정책보다 오래 기억된다.
정치권에는 오래된 경구가 있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아진다." 즉흥적인 발언은 순간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정 운영에서는 오히려 정책의 정당성을 훼손한다. 정책을 설명해야 할 부처는 대통령의 표현을 해명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고, 국민은 정책의 내용보다 발언의 의도를 해석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말을 절제해야 하는 자리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정치인은 해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의 공식 메시지가 된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은 많은 말을 하는 능력이 아니라 필요한 말만 하는 절제다.
우리말에는 수많은 함정이 숨어 있다. 같은 뜻이라도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민은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 지도자의 언어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방개혁은 특정 기관을 겨냥한 응징처럼 비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군의 미래를 위한 제도 개혁이라면 더욱 객관적인 논리와 충분한 설득이 앞서야 한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개혁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불필요한 갈등을 키운다면, 그 책임 또한 대통령이 감당해야 한다.
권위는 큰 목소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신중한 언어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의 혀는 개인의 혀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의 언어다. 순간의 감정이나 즉흥적 표현이 국가적 논란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말실수로 끝나지 않는다. 국정 운영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정책은 논리로 설득해야 하고, 개혁은 국민적 공감으로 완성해야 한다. 대통령의 언어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지, 논란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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