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44개 실·본부·국장 중 30명 교체된 대규모 인사로 조직 재정비 국면
▲ 오세훈 서울시장.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9기 첫 정기인사에서 3급 이상 고위직의 3분의 2를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삶의 질 특별시’와 ‘글로벌 톱3 도시’라는 새 시정 비전에 맞춰 주택 공급, 안전, 복지, 글로벌 전략 등에 방점을 둔 인사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조직 전반의 재편에 나섰다는 평가다.
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오는 13일자로 하반기 3·4급 이상 전보 인사를 확정했다. 정상훈 행정1부시장, 김성보 행정2부시장, 박찬구 정무부시장은 유임됐지만, 44개 실·본부·국장 가운데 30명이 새 얼굴로 채워지며 사실상 ‘대수술’에 가까운 인사가 이뤄졌다. 이로 인해 각 부서의 업무 인수인계와 조직 안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6·3 지방선거 직후 일괄 사표를 제출했던 이수연 경제실장, 윤종장 복지실장, 한병용 재난안전실장, 주용태 서울아리수본부장 등은 모두 행정국으로 발령났다. 경제실장은 개방형 직위 전환을 전제로 공석으로 두고 후속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1부시장 산하 행정국에는 총무과, 인사과, 인력개발과 등이 속해 있으며, 통상 교육이나 파견 대상자, 또는 간부들의 퇴임 전 마지막 보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물러난 고위직들이 사실상 ‘퇴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시는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요 간부들이 행정국으로 가는 경우 파견이나 교육을 거쳐 재배치되기도 한다”며 “퇴임 수순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물러난 인사들 가운데 일부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오 시장의 경쟁 상대였던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 측과 가까웠던 인물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오 시장의 출마 선언 이후 김성보 2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는 동안에도 주요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져, 정치적 거리두기가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주택·안전·복지 라인 전면 재정비…주택실장은 직무대리 체제
오 시장의 핵심 공약 축인 주택과 안전, 복지 라인에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전진 배치됐다. 신임 복지실장에는 복지기획관을 지낸 정진우 평생교육국장이 발탁됐다. 행정고시 38회 출신인 정 실장은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갖춘 복지통으로 평가된다.
최근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노후 기반시설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재난·인프라 라인도 재정비됐다. 최진석 주택실장은 재난안전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연세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기술고시에 합격한 최 실장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재난안전본부장, 도시기반시설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도시 인프라 전문가로 차기 행정2부시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돼 왔다.
환경 분야 전문가인 권민 기후환경본부장은 서울아리수본부 부본부장 경험을 살려 아리수본부장으로 이동한다. 서소문 붕괴와 더불어 노후 상·하수도, 수자원 관리 등 도시 인프라 전반에 대한 관리 역량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주택 공급정책을 총괄하는 주택실은 당분간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된다. 주택실장에는 명노준 건축기획관이 직무대리를 맡게 됐다. 명 기획관은 공공주택과장을 지내며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을 실무에서 이끌어온 인물로 재개발·재건축 속도전을 위한 오 시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주택정책관에는 이병철 종로구 부구청장이 전입했다. 김창규 균형발전본부장은 도시공간본부장으로 강석 재정기획관은 균형발전본부장으로 이동해 도심·외곽 균형발전과 도시공간 전략을 조율한다. 심재욱 균형발전기획관은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철도 인프라를 담당한다. 강필영 자원회수시설추진단장은 서울아리수본부 부본부장으로 발령됐다.
정책·홍보·글로벌 라인도 '교체'…GTX 논란 인사 중용
정책·홍보·글로벌 전략 분야도 대폭 손질됐다. 김형래 정책기획관은 시정 메시지와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홍보기획관에 임명됐다. 관광·MICE·스포츠 정책을 맡아온 김명주 관광체육국장은 글로벌도시정책관으로 이동해 ‘글로벌 톱3 도시’ 비전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윤재삼 광진구 부구청장은 기후환경본부장으로, 조성호 주택정책관은 관광체육국장으로 각각 보임됐다.
민생·디지털·재정 라인에서도 인사가 잇따랐다. 박경환 재무국장은 민생노동국장으로 이동해 서민·노동 현안을 담당한다. 정영준 서초구 부구청장은 디지털도시국장으로 옮겨 스마트시티, 디지털 행정을 총괄한다. 임재근 서울시립대 행정처장은 재무국장을 맡고, 이창석 용산구 부구청장은 민생사법경찰국장으로 전입해 생활밀착형 단속·수사를 지휘한다. 김용학 미래공간기획관은 건설기술정책관으로 이동해 대형 공공건설사업의 기술·품질 관리에 나선다.
논란이 된 인사를 중용한 사례도 눈에 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사건에 연루됐던 안대희 도시공간본부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랜드마크 건설을 총괄하는 미래공간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형 개발 프로젝트의 상징성이 큰 만큼 책임과 역할을 동시에 부여한 ‘중용 인사’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한강 개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사는 유임됐다. 시장 선거 과정에서 ‘한강버스’ 사업을 둘러싼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박진영 미래한강본부장은 자리를 지켰다. 서울시는 국회 국정감사와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한강본부장 교체 시 대외 대응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성과에 기회와 책임"…직무대리 정식 발령 예고
서울시는 이번 인사의 기조를 ‘성과 중심’으로 요약했다. 시 관계자는 “성과가 있는 곳에 기회와 책임을 부여한다는 원칙 아래 시정 핵심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인사로 일부 실·본부장은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며, 다음 주부터 실장과 본부장 직무대리의 정식 발령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인사로 조직 전반이 재편되면서, 오 시장의 핵심 공약인 주택 공급 확대와 노후 인프라 안전 강화, 복지·민생 안정, 글로벌 도시 경쟁력 제고 등 시정 과제의 속도와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시에 선거 과정에서의 정치적 구도와 최근 현안에 대한 책임론이 인사에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향후 추가 인선과 조직 안정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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