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 '호르무즈 역봉쇄'에 홍해 관문 봉쇄 카드 꺼내나
탁병훈 기자
segyenews7@gmail.com | 2026-04-13 09:19:46
- 전 세계 에너지·무역 흐름 12% 관문인 홍해 요충지 봉쇄 시 글로벌 시장 충격 가능성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결렬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내놓자, 이란이 또 다른 해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고 나섰다.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의 관문까지 거론되면서 글로벌 에너지·물류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IRIB)은 12일 소셜미디어에 영어로 “이란 해상 봉쇄? 바브엘만데브 곧?”(Bab al-mandeb Coming soon?!)이라는 짧은 문구를 올렸다. 공식 발표 형식을 취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역봉쇄 카드에 맞선 ‘맞불 봉쇄’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알리 악바르 벨라야티 이란 최고지도자의 고문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호르무즈와 동급 전략 자산으로 규정했다. 그는 “저항의 축 통합 사령부는 바브엘만데브를 호르무즈와 동일하게 간주하고 있다”며 “백악관이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전 세계 에너지와 무역의 흐름이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역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콕 집어 언급하며 추가 봉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전 세계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밀, 쌀, 비료 수송량 가운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나?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이 가장 많은 나라와 회사는 어디인가?”라고 반문하며, 이 해협이 가진 전략적 가치를 상기시켰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핵심 해상 통로로, 북쪽의 이집트 수에즈 운하와 직결된다.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12%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하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필수 무역로 역할을 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높아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들은 바브엘만데브를 포함한 홍해 항로를 대체·우회로로 활용해왔다.
사우디는 동부에서 생산한 원유를 송유관으로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보내 하루 수백만 배럴 규모를 선적해 왔다. 호르무즈 봉쇄 시에도 이 루트를 통해 수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바브엘만데브까지 봉쇄된다면 이마저도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해 해상 교통로는 이미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 활동으로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후티는 그간 사우디와 연합군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이어오며 홍해 인근 해역 긴장을 높여왔다. 이란이 미국의 호르무즈 역봉쇄에 대응해 후티를 전면에 내세워 바브엘만데브 인근 선박 통행을 방해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한층 더 심각한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제로 강행할 경우, 이란은 ‘단계적 확대’ 전략을 통해 다른 걸프 산유국들의 수출까지 차단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역내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추가 공격, 후티 반군을 활용한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 시도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중동 해상 교통로 전반이 동시다발적 마비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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