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수막 제작 과정 통상적으로, 문안 작성→시안 확인→인쇄물 검수→게시
- 유가족 "179명 희생과 지역 안전 대하는 무성의·무책임의 축소판
[세계뉴스 = 전승원 기자] 전남 무안군의회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 내건 감사 현수막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이제명'으로 잘못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의회는 제작업체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게시 전 최종 확인을 하지 못한 책임까지 인정하면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문제의 현수막에는 "이제명 대통령님의 무안국제공항 조속한 재개항 지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안군의회"라고 적혔다.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공식 현수막에서 정작 대통령 이름부터 틀린 것이다.
특히 이 현수막이 게시된 곳은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현장인 무안국제공항이다.
유가족들은 16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현수막을 걸면서 성함조차 '이제명'이라 잘 못 쓴것은 무안군의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대하는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무안군의회는 현수막 제작업체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임윤택 무안군의회 의장은 게시 전에 오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큰 실수"라며 사과했다. 결국 현수막은 철거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공기관 명의로 게시되는 현수막이라면 문안 작성부터 시안 확인, 최종 검수, 게시까지 책임 있는 확인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공식 문구라면 대통령 이름을 정확하게 표기했는지는 가장 기본적인 확인 사항이다.
그런데 군의회가 이를 제작업체의 실수라고만 설명한다면, 군의회는 제작업체가 보내온 시안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더욱이 군의회 스스로 게시 전 확인 책임을 인정했다. 결국 제작업체의 오타가 문제의 출발점이었다 하더라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최종 책임까지 외부 업체에 떠넘길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더 참담할 수밖에 없다. 참사 유가족들이 공항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의회가 대통령의 재개항 지시에 감사한다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대통령 이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단순한 '한 글자 오타'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가족협의회 역시 대통령 이름조차 확인하지 않은 군의회가 유가족의 아픔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겠느냐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오타'보다 '검수와 책임'의 문제다. 제작업체가 실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그 실수를 확인하고 바로잡기 위해 존재하는 내부 검수 절차를 갖춰야 한다.
대통령 이름 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무안군의회의 행정이 과연 시민들에게 무엇을 보여줬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빗대 '무안군의회'가 아니라 '무식군의회'로 각인되는 것 아니냐는 조롱까지 나온다.
물론 '무식군의회'라는 표현이 단순한 오타 하나만으로 의회의 전체 역량을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현수막 사건만 놓고 보면 기본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은 부주의한 행정이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 이름 한 글자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 최소한의 관심과 책임감이면 충분했다.
무안군의회는 이번 일을 단순히 '제작업체의 실수'로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왜 내부 검수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 누가 최종 확인을 했는지, 공공기관 홍보물에 대한 검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밝혀야 하는 이유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중 로컬라이저 시설이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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