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35·러시아 Su-57·튀르키예 KAAN 사이 틈새 공략 4.5세대+급 플랫폼 단계적 발전 전략
[세계뉴스 = 탁병훈 기자]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양산 가격과 단계별 전력화 구상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전투기 시장의 시선이 다시 경남 사천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F-35의 정면 대체재가 아니라, 그 아래 가격대에서 성능과 확장성을 동시에 노리는 기체”라는 해외 평가가 나오면서 KF-21이 5세대기 도입이 쉽지 않은 국가들을 겨냥한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KF-21은 예산·정치적 제약으로 F-35급 5세대기를 들이기 어려운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옵션으로 고성능 4.5세대+급 플랫폼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3월 25일 사천 본사에서 첫 양산기를 공개했고, 한국 공군은 오는 9월부터 KF-21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이로써 KF-21은 개념기·시제기를 넘어 실제 전력화 단계에 진입한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번에 제시된 양산 단가는 블록(Block) 구성에 따라 뚜렷이 구분된다. 공중우세형인 블록1은 약 8300만 달러, 지상·해상 정밀타격 능력이 추가된 다목적형 블록2는 약 1억1200만 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겉으로만 보면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의 최근 기체 단가(8000만~9000만 달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도입비와 운용유지비를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F-35A는 기체 가격 외에 엔진, 군수지원 패키지, 교육·훈련 인프라, 장기 후속 군수지원까지 포함한 ‘실질 도입 비용’이 상당하다. 여기에 고도의 스텔스 코팅 유지, 소프트웨어·부품 공급망 의존도 등에서 운용국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KF-21은 “F-35의 완전한 대체재”를 자처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종합 비용과 유연한 업그레이드 여지를 앞세워 “F-35 아래 가격대에서 성능·확장성을 동시에 노리는 기체”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한국형 공급망 비중이 65%를 넘는다는 점도 도입국 입장에서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미국산 체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운용 여지가 크고, 부품 조달 안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정 국가의 수출 통제나 제재에 따른 운용 차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외교적 제약이 큰 중견국·개도국에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KF-21의 경쟁력은 단계적 발전 로드맵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현재 양산되는 블록1은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공대공 무장 통합, 데이터링크, 자기방어 체계에 중점을 둔 공중우세형이다. 이어지는 블록2는 정밀유도무기 운용을 통한 대지·대함 타격 능력, 다양한 공대지·공대함 무장 통합, 로열 윙맨(Royal Wingman) 개념의 무인기 연동까지 포괄하는 다목적형으로 설정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블록3 또는 KF-21EX 단계에서 내부무장창 도입 등 저피탐(스텔스)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현재 양산형 기준으로 KF-21을 완전한 의미의 5세대 전투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신 “지금 당장 인도 가능한 고성능 4.5세대+급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때, 오히려 시장성이 더 뚜렷해진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개발·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체가 아닌, 실제 배치가 시작된 전력이라는 점도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다.
3월 25일 공개된 첫 양산기는 한국 방위산업사에서 상징성이 큰 이정표로 평가된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한국 정부가 KF-21 양산을 계기로 첨단 항공기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며 “국산 전투기 프로그램이 시험 비행 단계를 넘어 실전 전력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이는 여전히 시험·시제기 단계에 있는 튀르키예의 KAAN과 비교할 때 KF-21의 가장 분명한 강점으로 꼽힌다.
수출 시장에서의 포지셔닝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KF-21은 서구의 고가 5세대기와 러시아제 전투기의 불확실성 사이에서 틈새를 파고드는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가 관심을 보이며 시험비행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져 있고, 유럽 및 중동 일부 국가들 역시 탐색 차원의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 기종들의 약점은 KF-21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러시아 Su-57은 서방의 제재와 제한된 생산 능력, 공급망 신뢰성 문제로 수출·후속지원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튀르키예 KAAN은 아직 비행 시험 단계로, 양산 일정과 가격, 기술 완성도 등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반면 KF-21은 한국 공군의 실전 배치가 예정된 ‘국내 운용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잠재 도입국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카드다.
결국 KF-21의 수출 방정식은 명확하다. F-35를 살 수 없는 나라만 노리는 것도, 러시아제 전투기의 대체 시장만 겨냥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현대적인 센서·항전·무장 체계를 갖추면서도 도입 가능한 수준의 가격, 단계별 업그레이드와 일정 수준의 기술 이전 가능성까지 패키지로 제시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다. ‘완벽한 5세대기’ 대신 ‘지금 쓸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를 찾는 국가들에게, 경남 사천에서 출발한 KF-21 보라매가 어떤 답이 될지 글로벌 방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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